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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오늘날 언론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한 근거 있는 설명력과 예측력을 갖기 위해 부단한 이론적 대화와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때로는 사회변화의 전반적인 성격에 대하여, 그리고 때로는 한정된 연구분야와 관련된 사회변화의 국지적 성격에 대하여 사회과학의 제 분야는 나름대로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변화의 소용돌이만큼이나 사회과학의 이론적, 인식론적, 방법론적 소용돌이도 격동과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데올로기와 탈이데올로기, 현대성과 탈현대성, 맑시즘과 탈맑시즘, 이성과 탈이성, 주체와 탈주체,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 등의 양극적 패러다임이나 문제틀의 연속선상에 즐비하게 정위(定位)하고 있는 현대 사회 사조와 현대 사회이론의 다양한 기획들은 모두가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설명하며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학술적 노력과 논쟁의 윤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의 사회변화와 현대 사회과학의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사회변화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언론현상, 그리고 그러한 사회과학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언론학과 관련하여 보다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연구 관심을 갖고자 한다.


언론은 제반 사회현상을 매개하고 유인하며 때로는 배제시키기도 하는 사회의 중요한 한 실천영역이다. 더군다나 오늘날에 있어 대중매체의 급속한 보급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언론현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오늘날의 언론은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그것이 권력과 자본의 논리와 밀접히 연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회적 담론을 규정하고 때로는 지배한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제 측면에서도 광범위한 확장성과 심대한 침투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제 언론현상은 현대문명의 성격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사회현상의 하나이기도 하고 아울러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실천의 한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에 대한 학술적 조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 속의 언론현상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과 보다 체계적인 설명, 그리고 보다 설득력 있는 예측은 현대 사회에서-특히 한국 사회에서-언론이 가지는 중요성과 언론이 미치는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이제 그것은 전문연구자의 단순한 연구영역이기를 넘어 하나의 책임이자 의무이기까지 하다. 지적 실천에서의 이론적 엄격성과 방법론적 엄밀성 그리고 학문적 도덕성은 학문적 권위를 포장하기 위한 구태의연한 수식어가 아니라 전문연구자의 엄연한 윤리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언론과 사회≫는 사회 속의 언론현상, 즉 사회라는 콘텍스트 속에서 언론이라는 텍스트가 갖는 다양한 관계와 그 의미에 관심을 갖는 전문연구자들에게 거침없이 열려 있는 새로운 연구와 논쟁의 장이고자 한다. ≪언론과 사회≫는 ‘사회 속의 언론’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시각이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기반, 그리고 그에 대한 접근방법이 어떠하든 간에 학문적 엄격성과 충실성에 의거하는 한 모든 연구자에게 열려 있는 또 하나의 지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학술적 포럼을 지향하고 있다.


≪언론과 사회≫의 1차적인 기획 의도는 국내 언론학의 보다 충실한 발전을 위해 또 하나의 새로운 자극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선된 좋은 글들을 지속적으로 많이 실어 내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상만으로 현실적인 기대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지적 긴장과 엄격성, 그리고 폭넓은 관심과 적극적인 열의가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기획과 운영에 관여하는 편집진,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자 하는 집필진, 원고에 대한 검토와 심사를 의뢰받은 평가진, 그리고 최종적인 발표논문을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일 것이다.


≪언론과 사회≫는 서두름 없이 소박한 출발로서 미래를 위한 첫 삽을 뜨고자 한다. 우선은 수적으로 극히 ‘제한된’ 논문만을 게재할 것이다. 그리고 ‘순수학술적인’ 논문에 주된 비중을 둘 것이며 언론과 사회의 관계와 관련하여 이론화에 기여할 수 있는 논문에 우선적인 배려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메타이론이든 현실이론이든, 실증적 연구이든 비실증적 연구이든, 그리고 어떠한 관점과 시각에서 접근을 했든지 간에 그 입장과 방법에 관한 한 어떠한 한계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과 사회≫가 설정하는 최선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논문의 질적 수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연구자의 깊이 있는 학구적 탐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언론과 사회≫는 사상과 이론적 지향의 유사성에 기초한 동인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학술지는 보다 다양한 연구시각과 관점 및 방법론에 대해서 개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집위원들은 다만 학술지의 발간을 순조롭게 하는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과 사회≫가 추구하는 학술적 지향의 애매성이나 편집위원들이 지니고 있는 연구관점의 불가공약성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사회≫라는 이름 밑에 편집위원 몇 명이 하나로 묶이게 된 계기는 국내 언론학을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영역으로 발전시킬 자극의 필요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공감대가 모색기를 거쳐 구체화된 것이 바로 ≪언론과 사회≫인 셈이다.


끝으로, ≪언론과 사회≫의 재정적인 지원을 흔쾌히 약속해 준 성곡언론문화재단과 한종우 이사장께 감사드립니다.


1993년 여름
창간 편집위원 최현철 윤영철 양승목 김승현 강상현 강명구